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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첫 곡 '반갑습니다'로 흥 돋우고 'J에게' 부를때 하나됐다
인터넷함양신문 / 1551woo@hanmail.net입력 : 2018년 02월 09일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특별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첫 곡 '반갑습니다'로 흥 돋우고 'J에게' 부를때 하나됐다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8일 저녁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이 펼쳐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선 북한의 대표 가수 리경숙의 ‘반갑습니다’가 첫 곡으로 선을 보였다.

예정시간보다 10분 늦게 시작됐지만, 분위기는 이내 흥으로 넘쳐흘렀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심수봉) ‘이별’(패티김) ‘당신은 모르실 거야’(혜은이) ‘사랑의 미로’(최진희) ‘다함께 차차차’(설운도) ‘홀로아리랑’(서유석) ‘여정’(왁스) ‘제이에게’(이선희) 등 북한 연주자들이 쏟아내는 남한의 인기 가요에 관객들의 열기도 달아올랐다. 공연은 예정보다 10분 늦은 8시 10분에 시작해 9시 45분까지 1시간 35분간 이어졌다.

가로 14m 세로 16m의 사임당홀 무대엔 전자음악 연주단체인 모란봉악단이 중앙에 배치됐고, 관현악단이 좌우로 나눠 앉았다. 무대와 관객석 거리가 3m에 불과해 관객들은 연주자 140명의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무대는 화려했다. 여성 8중창단이 ‘흰눈아 내려라’라는 노래를 부를 땐 겨울 소나무 위의 잔설이 쏟아지는 영상과 함께 천장에서 은색 가루가 쏟아지며 무대를 수놓았다. 북 예술단은 특별공연 관객인 남녘 사람들의 정서에 맞게 ‘설눈’이란 단어를 ‘흰눈’으로 개사해 불렀다.

5명의 가수는 ‘달려가자 미래로’라는 빠른 템포의 북한 노래를 부르며 우리나라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경쾌한 율동으로 공연장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북한 히트곡 제조기라 불리는 작곡가 리종오의 작품인 ‘평화의 노래’도 등장했다. 이 곡의 원제는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이다. 이철주 남북문화기획자는 “평화올림픽이라는 행사에 맞춰 제목을 ‘평화의 노래’로 바꾼 듯하다”고 말했다.



‘아리랑’으로 시작해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백조의 호수’ ‘그대 나를 일으켜 세우네(You Raise Me Up)’ ‘빛나는 조국’까지 총 25곡의 서양 클래식 및 외국곡 메들리가 이어지자 기립박수가 터져 나오는 등 관객의 호응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페라의 유령’은 ‘가극극장의 유령’, ‘올드블랙조’는 ‘흑인령감 조’라고 표기하는 등 북한의 고유 어법을 유지하며 곡을 소개한 점도 흥미로웠다.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이후 16년 만에 펼쳐진 반가운 북녘 예술단의 공연이었지만, 남과 북은 레퍼토리를 놓고 공연 직전까지 조율해야 했다. 문제가 된 곡은 ‘모란봉’과 ‘백두와 한나(라)는 내 조국’이다. 민요풍의 ‘모란봉’은 ‘사회주의 혁명이 좋을시구~’란 구절이,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은 3절의 ‘태양 조선 하나되는 통일’이란 구절이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 끝에 북한 예술단은 ‘모란봉’은 부르지 않았고, ‘태양 조선’을 ‘단군 조선’으로 바꿔 불렀다. 무대 마지막은 이산가족 상봉 영상을 배경으로 ‘우리의 소원’, ‘다시 만납시다’가 장식했다. 줄곧 객석 중앙에 앉아 있던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은 공연이 끝나자 무대에 올라 인사를 했다.

북한공연 전문가인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은 “북한 예술단이 이번에 한국 노래를 보여주기 수준으로 부른 것이 아니라 편곡해 자신들의 정서에 맞게 불렸다”며 “공식석상에서 부른 만큼 비밀리에 듣는 한류가 아니라 한류의 금기가 터진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분단 이후 노래를 선곡해 불렀다는 것은 파격적이다.

가사의 내용은 한국의 1980년대 분위기에 우리 가요 ‘해뜰날’처럼 고난을 이겨내자는 뜻을 북한풍에 가깝게 고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림픽을 겨냥해 세계 명곡을 메들리로 들려줬고, 그 안에는 미국, 러시아 등 다양성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 평소 북한에서도 연주하는 곡이라는 것이 특이점”이라며 “노래하는 양식과 기법과 무대 매너 등은 지금 북한의 공연모습을 거의 그대로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송형종 서울연극협회장은 “북 예술단이 최선을 다해 흥으로 통하는 무대였다. 이번 공연을 정치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시도가 있어서 마음이 불편했으나 모든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최고의 무대”라고 평가했다. 30년간 아리랑을 연구한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은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는 자주 만나는 방법밖에 없는데 스포츠·문화·응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는 것은 좋은 기회”라며 “북한의 ‘음악정치’를 또 다른 다양성 측면에서 이해하고 우리 것을 북한식으로 표현하는데 기대를 표시하는 것이 문화 교류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초청으로 공연을 관람한 소설가 이외수는 “그동안 북한 음악이 체제 선전용이라는 생각에 다소 못마땅했고 큰 기대 않고 왔는데 아주 좋았다”면서 “북한 측이 우리와 분위기를 맞추려 노력한다는 의지가 읽혔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관람한 북한공연예술 연구자들은 이번 무대가 삼지연악단을 중심으로 청봉악단과 모란봉악단이 주축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날 지휘는 장룡식 공훈국가합창단 소속 작곡가이자 지휘자와 윤범주 인민공훈합창단 지휘자가 나눠 맡았고, 작곡가인 안정호 모란봉악단 창작실 부실장이 무대감독을 맡아 공연을 총지휘했다.

가수는 김옥주, 김주향, 송영 등 청봉악단을 중심으로 하되 유봉미 등 모란봉악단 소속 가수 2명이 추가됐다. 이철주 문화기획자는 “장 지휘자는 최고의 작곡자이기도 하고 주요 음악행사나 사업에서 지도자를 수행하는 음악교사”라면서 “소속이 최고사령부 산하 공훈합창단 책임작곡가이기도 해서 삼지연관현악단의 위상과 함께 북한이 이번 공연을 얼마나 신경썼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객석에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문순 강원도지사, 최명희 강릉시장, 유은혜 의원,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등 정계와 문화계 인사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14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일반 응모관객 560명과 초청관객 252명 등 총 812명이 이날 공연을 즐겼다.

이날 강릉아트센터 주변에선 공동응원단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여 충돌을 빚기도 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에서 꾸린 공동응원단 50여명은 이날 오후부터 공연이 열리는 강릉아트센터 입구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우리는 하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북녘 예술단을 반겼다.

공동응원단 활동을 위해 부산에서 왔다는 황석제(28)씨는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어 남북 교류의 출발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강릉에 왔다”고 했다. 반면 이들 앞에선 보수단체 회원 100여명이 모여 “‘평양 올림픽’을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강릉아트센터 주변에는 낮부터 1000여명의 경찰이 배치돼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했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이번 강릉 공연 후 서울로 이동해 11일 오후 7시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하고 육로로 귀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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