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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평등의식과 차별의식, 우리는 어떤 의식을 갖고있나?


인터넷함양신문 / 1551woo@hanmail.net입력 : 2016년 08월 19일
ⓒ 인터넷함양신문
평등의식과 차별의식, 우리는 어떤 의식을 갖고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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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스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쓰면서 가장 관심을 기울인 주제는 ‘평등’이었다. 그는 책의 상당 부분에 걸쳐 평등이라는 관념이 어떻게 인간의 행태와 사회를 변화시켜 가는가를 깊이 탐구해놓고 있다.

토크빌이 내린 평등의 정의는 독특하다. 그것은 찬양도 아니고 폄하도 아니다. 인간 본성에 관한 심리학적 고찰에 가깝다. 그에 따르면 평등이란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갈증을 느끼게 되는 바다의 소금물과 같다. 따라서 사회가 평등해지면 평등해질수록 더욱더 타는 목마름으로 평등을 갈구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관찰 결론이다.

“모든 것이 거의 같은 수준이 될 때는 가장 미세한 불평등까지도 사람의 눈에 잘 띈다. 그러므로 평등이 완전해짐에 따라 평등을 바라는 마음은 더욱 강렬해진다.”

평등이 완전해짐에 따라 평등을 바라는 마음은 더욱 강렬

평등에 대한 대중의 이 같은 욕망은 곧잘 시의심과 증오로 표현되기도 한다. 최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비판이 매섭다. 그런데 그 비판의 많은 부분이 평범한 우리네와 달리 가진 것이 많다거나, 혹은 우리가 누리지 못하는 특혜에 대한 적대감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눈여겨봐야 한다.

대중만이 아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28일 보도된 한 신문의 우 수석에 관한 기사가 전형적이다. 이 기사는 우 수석의 아들이 어떤 불법을 저질렀느냐보다 그가 우리네보다 얼마나 더 부러운 삶을 살고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정도다. 의경 전출 논란에 담겨 있는 ‘꽃보직’이라는 신조어, 국회 인턴 채용을 전하는 문장 속의 ‘특혜’라는 단어, 그리고 ‘인맥’ ‘금수저들의 삶’ ‘흙수저 청년들의 절망과 분노’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표현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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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도 차별적 삶에 대한 분노와 평등 요구가 숨어있어’

김영란법도 애초의 취지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공직자나 사회 엘리트들의 부패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긴 하나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감정은 부패 없는 정의 사회에만 머물지 않는다. 거기에는 분명 차별적 삶에의 분노와 평등에의 요구가 숨어 있다.

모 신문이 김영란법에 시름이 커진 농어민의 실태를 보도한다면서 쓴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이라는 기사 안에는 “농축수산업 관련 단체들 사이에 ‘재논의 안 하면 투쟁 나설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이들 농축수산업 관련 단체의 항의 목소리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기사에 달린 독자의 댓글이었다.

얼마나 한우나 굴비 선물을 받아왔기에 이런 뉴스가 나오나.
공무원들의 저항이 대단하군. 로비성 기사 같음.

우리 사회에서 농축수산업의 일선 종사자들은 대부분 엘리트 계층에 속하지 않을 것이다. 일반 소시민과 엇비슷한 소득계층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네티즌은 그들의 계층적 특성에 별 관심이 없다. 오로지 한우나 굴비 선물을 받고 사는(?) 잘난 인간들의 집단 담합 아니냐는 데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이쯤 해서 “모든 것이 거의 같은 수준이 될 때는 가장 미세한 불평등까지도 사람의 눈에 잘 띈다. 그러므로 평등이 완전해짐에 따라 평등을 바라는 마음은 더욱 강렬해진다”는 토크빌의 설명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 말을 뒤집으면 다음과 같이 된다. ‘평등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실현됨에 따라 거꾸로 사람들의 차별 짓고자 하는 마음도 그만큼 강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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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이 실현될수록 차별 짓고자 하는 마음이 커지는 사람들’

지난 2005년 2월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 주민들은 자기 자녀들의 초등학교 배정 예정 학교를 강제로 바꿔버렸다. 원래는 개포동 개일초등학교로 배정받았는데 대도초등학교로 바뀌었다. 이유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언론 취재 결과 타워팰리스에서 개일초교까지의 거리는 대도초교보다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타워팰리스에서 대도초교로 가려면 지하차도를 건너야 해 통학 시간이 5분 정도 더 걸렸다. 그럼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같은 서민의 자식들과 어울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개일초교 학부모들의 설명이었다. 대도초교에는 타워팰리스뿐 아니라 동부 센트레빌, 삼성 래미안 등 고급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이 다니는 반면 개일초교에는 단독주택이나 개포주공1단지 등 비교적 작은 평수의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강남 수서 지역의 영구 임대아파트 단지를 무대로 한 김윤영의 소설 ‘철가방 추적 작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강남의 외딴 섬 또는 강남의 음지로 불리는 수서의 임대아파트 단지는 그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근 주민들의 눈엣가시였다. 우리 학교는 그렇다 쳐도 수서갑중학교에 배정되는 일반 단지 애들은 꼭 한 번씩 난리를 치곤 했는데 기어이 전학을 시키거나 강남교육지원청을 고소하는 일도 있었다.”

이를 읽는 독자들은 그거야 타도해야 할 빈부 간의 계급적 차별의식 아닌가 하고 되물을지 모른다. 과연 그런가. 그럼 다음 대목은 어떤가. 작고한 노동운동가 권용목 씨는 현대엔진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분이다. 울산 노동운동의 창시자나 다름없던 권 씨가 쓴 자기 고발서인 ‘민주노총 충격보고서’에 비정규직 동료들을 대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구내식당 반찬도 다르고 휴게실도 다르고 심지어 식권에 그려진 그림도 다를 정도로 주요 노동조합들이 현장에서 벌이는 비정규직들에 대한 차별은….”

그럼 인생에서 가장 정의감이 투철하고 평등 의식에 불타는 시기의 대학생들은 다를까? 작년 가을 서울대 학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서 타대학 출신 대학원생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대학 구성원 사이에 ‘순혈주의’ 논란이 일었다. 이화여대의 ‘이화이언’이라는 커뮤니티는 원래 다른 대학 학부 출신 대학원생들도 이용할 수 있었으나 구성원들의 반발로 2013년 이 대학 학부 재학생과 졸업생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 조처가 내려졌다.

타대학 학부 출신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본교와 지방캠퍼스 학생 간 차별이 있는 학교도 많다. 연세대의 경우 커뮤니티 ‘세연넷’에는 신촌 캠퍼스 학생들만 가입할 수 있고 원주 캠퍼스 학생은 가입할 수 없다. 고려대 학생들의 커뮤니티 ‘고파스’ 역시 익명 게시판에서 지방 캠퍼스 학생들에 대한 비방과 차별의식이 자주 거론되는 실정이라고 한다.

‘평등이 완벽해질수록 차별 의식도 더욱 강렬해진다’

현대사회 구성원들은 평등에 민감하다. 그 때문인지 나에 대한 외부 세계의 차별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반면 나의 외부를 향한 차별화에는 아무리 작은 표징이라도 집착하려 든다. 평등이 완벽해지면 완벽해질수록 ‘나는 너희들과 다르다’는 차별 의식도 더욱 강렬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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