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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향우 인터뷰] 법원행정처장 감사장 받은 노청한 향우

- 법원 조정위원으로 분쟁해결에 이바지한 공적으로-
“사법의 미래는 재판 아닌 대화 통한 조정”

인터넷함양신문 / 1551woo@hanmail.net입력 : 2016년 02월 02일
[재경향우 인터뷰] 법원행정처장 감사장 받은 노청한 향우
- 법원 조정위원으로 분쟁해결에 이바지한 공적으로-
“사법의 미래는 재판 아닌 대화 통한 조정”
 
↑↑ 노청한 향우
ⓒ 인터넷함양신문 

노청한 향우가 법원행정처장 감사장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서 축하인사와 함께 전화를 하고서 보도관련 의사타진을 했으나 극구 사양하여 “향우들에게‘민사조정제도’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을 함으로서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2016년 1월22일, ‘조정’을 마치고 나오는 향우와 함께 법원 구내에 있는‘행복마루’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이번 감사장은 어떤 공적으로 받았나?
공직에서 퇴직 후 이듬해부터 거주지(서울 은평구)관할 서울서부지방법원의 민사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 법원장 감사장을 받았던 터라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지난 연말에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박병대)감사장을 받았다. 우리 법원의 100여 명 조정위원 중 2명이 받았다. 법원행정처는 전국법원의 사법행정사무를 감독하고 사법정책을 기획하는 곳이다.

민사조정전담재판부에 배치되어 매주 금요일마다 조정에 참여하면서 원피고가 가족. 친지. 이웃. 친구 등 가까운 사이일수록 실리보다는 감정 조정이 먼저임을 알게 되었다. 우선 이들의 마음을 누그러지게 하면서 양보하고 화해할 수 있는 여지와 명분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다보니 ‘조정성립’이 많았고, 조정제도를 홍보한 노력이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하였으며, 사건 당사자들이 조정실에 들어오고 나가고 할 때 출입문을 여닫아 주고 친절하게 인사하는 것을 조정장(부장판사)이 눈 여겨 본 것 같다고 하면서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 민사조정제도를 알기 쉽게 설명해 달라.
민사재판의 경우 당사자는 문제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다. 이에 대해 법원이 대답하는 방식에는 판결과 조정이 있다. 법원의 대답이 권위를 가지는 여부는 그 대답을 듣는 소송당사자들이 더 이상 질문이나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문제 해결을 받은 상태로 법원을 떠나는가 여부에 달려있다. ‘판결’은 두 대립당사자 중 한쪽 당사자에게만 인정받을 수 있어 패소한 자는 기계적. 형식적인 재판이라며 쉽게 승복하지 않아 다발적. 반복적 소송들로 이어진다.

다만 더 이상 다툴 수 있는 길이 없기에 울화가 치밀지만 참는다. 반면에‘조정’은 반드시 양측 대립당사자가 모두 그 조정안을 타당하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성립한다. 서로 화해하고 양보했기에‘조정성립’을 승복하지 않는 당사자들은 없다. 양쪽이 모두 승소했다는 마음이므로 묵은 감정이 풀리고, 가라앉은 앙금도 가신다. 조정조서는 재판상 화해와 같고, 대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 민사소송으로 가지 않으려면, 또 재판에서 이기려면?
우리나라 국민들 중 1년 동안 1/8이 재판에 관여하거나 휘말렸다는 통계가 있다. 건물명도. 계약금. 공사대금. 대여금. 매매대금. 물품대금. 보증금 등이 우선적으로 조정회부사건으로 분류된다. 물론 당사자가 서면 또는 구두로‘조정신청’을 할 수도 있다. 사건마다 얼굴과 속내가 다르지만 특히 대여금의 경우“빌려줬다, 무슨 말이냐, 투자금으로 받았다”는 다툼의 경우, 원인은‘욕심과 방심’이 아닌가 생각한다. 퇴직금 등 뭉칫돈이나 여윳돈을 가진 자는 은행이자보다 훨씬 높은 고수익을 보장한다기에, 또는 평소 친분을 내세워 금전차용을 요구하는 경우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담보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심지어는 계약서나 영수증조차 없는 금전거래로 뒤탈이 나고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채권반환의 담보수단도 확보하는 등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두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사람은 믿더라도 돈은 믿지 말라. 사람은 믿더라도 일처리는 믿지 말라”듯이 법률적인 문제는 방심하지 말고 신중하고 치밀하게 검증하라는 경구다.

- 조정위원에 뜻이 있는 향우들은 어떻게 하면 되나?
민사재판에 대해 평소 느낀 소신을 얘기해도 될는지……, 조심스럽다. 미국은 전체 민사재판 중 95%가, 우리나라는 10%정도만 조정으로 쟁송을 해결한다. 판결에서 조정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나라 사법의 미래는 제자리걸음이다. 재판하기 전에 조정을 먼저 거치게 하는‘조정 전치주의’를 도입해야하고, 민사재판담당판사 중 2/3이상을 조정전담판사로 해야 한다. 당장 어렵다면 1개 법원을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독립된 조정법원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고, 거창하지만 제도 하나가 이렇게 바뀌면 사회 분위기가 좋은 쪽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곤 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조정제도의 확대와 활성화. 전문화를 위해 법원마다 조정전담재판부. 조정센터. 상근조정위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의 경우, 민사재판부마다 변호사로 구성된 법조인 그룹과 법무사. 변리사. 건축사. 노무사. 의사. 손해사정인. 회계사. 법학교수 등 전문가 그룹, 기타 일반인 그룹의 조정위원이 고르게 배치돼 있다. 조정위원 모집은 법원공고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은 희망자를 접수받아 조정위원후보자선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엄선한다.

임기는 2년이지만 연임하는 경우가 많다. 저와 띠 동갑인 교회장로이자 법무사(78세)는 3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다. 대체로 연말쯤 모집하여 이듬해 2-3월에 위촉한다. 관심 있는 향우님들은 거주지 관할 법원홈페이지를 관심 있게 보기 바란다. 우리 이웃들의 일상을 통해 배우는 게 많고, 재능기부의 보람도 있다.

- 기억에 남는 조정사건은?
두서너 사건만 얘기하겠다.
원피고들은 선산이 서로 붙어있었다. 피고들이 2013년 11월 조상들의 분묘를 개장, 화장하면서 원고들의 증조모 분묘를 피고들의 아버지 분묘로 오인하여 유골을 화장해 납골당에 보관했다. 이듬해 성묘 때 이를 알게 된 원고들(9명)의 고통과 충격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피고들(2명)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 원고들은 그 해 4월, 증조모 유골을 인도받아 선산에 재 매장 하였고, 여기에 소요된 비용과 정신적 피해에 대해 원고 9명에게 각 30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청구취지였다.

원고대표와 피고들만 조정실에 남게 한 뒤 피고들의 진정성 있는 사죄를 들은 원고대표가 많이 양보하여 피고들(남매)이 원고들에게 1천만원을 지급하고, 다른 제3자가 피고들에게 또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 이번 소송의 원고들이 책임지기로 하는 ‘조정성립’이 되었다.
두 번 째 사례는 알쏭달쏭한 사건이다. 원고(84세)는 1985년 제5공화국 시절 정권 실세로부터 경남 진주에서 구했다는 귀한 수석1점(가로. 세로 각 30cm, 두께 25cm, 무게 30kg, 고열에 융해된 듯 번쩍이는 광택이 나는 검정색)을 선물로 받아 보관해 오던 중 사업이 부도를 맞으면서 피고 건물 반지하방으로 이사를 하였다. 수석을 둘 곳이 마땅치가 않아 피고의 양해 하에 피고의 주택 정원 한쪽에 보관하였다.

그 후 원고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였고, 간혹 피고의 집을 찾아가 수석이 잘 있는지 살펴보고 돌아오곤 했다. 그 후 한참 만에 찾아가 보니 집 주인이 바뀌었고, 수석도 없어진 사실을 2014년 가을에야 알았다. 피고는 4년 전에 그 집을 팔고 이사를 하였으며 주소나 전화번호도 알 수 없었다.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고 법원의 도움으로(주소보정) 어렵게 피고를 만났다. 피고의 답변이다. 원고가 피고건물 지하방에서 3-4개월 거주한 것은 사실이나 수석1점을 보관해주기로 했다는 양해나 합의는 금시초문이다.

당시 피고의 주택 마당 담 아래는 크고 작은 돌멩이가 여러 개 있었지만 수석이라는 것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원고가 이사를 간 후 10여년이 넘도록 서로 만난 적도 없는데 2015년 3월 중순경 느닷없이 원고로부터 연락이 와서 만나본 것이 처음이다. 가사, 원고가 담 아래에 돌을 놓아두고 갔다면 이는 원고가 버리고 간 것이다. 원고가 이사를 간 후 피고가 주택을 처분하기까지 7-8년 동안에 그렇게 귀한 수석이라면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피고가 집을 처분하고 5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맡겨놓지도 않은‘수석 반환’소를 제기한 것은 정신 줄을 놓은 노욕이며, 어불성설이다.

세 번째 사건은 좀 뒤끝이 있는 사례다. 경기도 강화에서 모텔을 임대 운영하는 부부, 장기 숙박하는 인근 공사장의 현장소장 등 인부들과 부인이 1층 거실에서 노래방 기기를 틀어놓고 춤을 추며 뽀뽀하는 장면을 귀가한 남편이 보고 형사 고소하여 벌금을 물게 하고, 뒤늦게 또 민사로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공개된 장소에서 가벼운 스킨십 한 번에 몇 달 동안 정신적, 경제적인 손해를 입어 넋이 나간 현장소장이 눈에 선하다. 그 남편은 요즈음도 운동화차림으로 서류봉투를 가슴에 잔뜩 안고 법원을 드나들고 있으며, 고개를 숙인 부인은 저만치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노청한 향우는 퇴직 한참 뒤에 만들었다는 명함에는“공이불명(公而不明) 명이불공(明而不公)”이 새겨있다. “공정함만 따지면 현명함이 부족하고, 현명함만 고집하면 공정함을 잃게 된다며‘밝은 판단력’이 조정(調停)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다.”고 하였다. 그는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 출신으로 함양중(20회), 함양종고(17회)와 방송대 행정학과, 한양대행정대학원(사법행정 전공 법학석사)을 졸업했다.

공직 36년 동안 소년원. 보호관찰소. 법무부를 두루 거치며 전국 7개 보호관찰소 소장과 개방형 공모직위인 서울보호관찰심사위원회 상임위원(고위공무원, 2급 이사관)을 역임하였으며, 2010년 12월 말에 정년퇴직했다. 함양읍 출신 박연희(58세)씨와의 사이에 2녀가 있으며, 큰딸 부부는 보호관찰소와 법무부에, 작은 딸 부부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외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다. 향우의 여동생(양숙. 남숙)과 남동생(문한. 인한)은 함양읍과 지곡면에 살고 있으며, 큰 매제 김수안씨는 군청 지역경제과장과 안의면장, 군청 재무과장을 역임하고 1년간의 공로연수를 시작했다.

매 맞고 학대받는 남편들이 의외로 많다며 그들을 위해 우리나라 최초‘남성 쉼터’를 설립하겠다고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노청한 향우.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며 아쉬워하는 향우는 인터뷰를 마친 저에게“기사작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작은 책자 한 권을 살며시 건네주었다.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는 내내 그는‘천생 민사조정위원’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 다음 글은 노청한 향우의‘좋은 생각’2015년1월호에 게재된 글이다.

'오지 않아도 될 일'
서로 외면하며 원고와 피고석에 앉는다. 먼저 원고 자리에 앉은 새댁의 말이다. “이웃과 이야기 중이었다. 그런데 그 집에서 갑자기 개가 뛰어나와 우리 애완견을 물었다. 치료비가 많이 든 걸 알면서도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법대로 하라고 해 여기까지 왔다.”
피고를 대신해 출석한 남편이 말한다.

“서로 얼굴을 아는 이웃이다. 아내가 밖에서 청소하던 중이라 대문을 열어 놓았다. 고의가 아니어서 조용히 넘어갈 줄 알았다. 치료비는 생각했는데 요구하는 금액이 터무니없이 많아 화가 났던 모양이다.”
‘천 사람 얼굴’을 가진 민사 소송은 법률과 판례, 입증 자료에 의한 판결만으로는 분쟁 해결에 한계가 있다.

소송에서 진 당사자들은 형식적인 재판이라며 억울해한다. 민사 조정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양보와 화해를 통한 보다 인간적인 소송 제도다. 판사의 강요된 정의가 아니라 당사자가 선택하고 받아들이는 제도다.
민사 조정 위원으로 위촉돼 교육받을 때만 해도‘기록을 충분히 들여다보면 접점을 찾게 돼 별 무리 없이 조정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정실에서는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한쪽 말만 듣는다고, 중간에 왜 말을 끊느냐며 화를 삭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나는 정의고, 너는 불의다.’라고 생각한다. 불의보다 불리함을 못 참는다.

재판부는‘애완견 사건’을 감정싸움이라고 판단해 조정 회부를 결정했다. “사람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 몇 개월 동안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모두 파김치가 되었을 것이다. 오늘로써 지긋지긋한 송사를 끝내자.”라며 위자료를 제외한 치료비 5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원고 측은 만족하지가 않았지만 대리인 남편이“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이자 환하게 웃는다.

우리는 하루하루 별 탈 없는 가지런한 일상이 계속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돈과 감정이 얽힌 각종 송사 사건은 늘어만 간다. 이웃의 마음을 먼저 살피는‘착한 이웃’이 많으면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꼭 법원까지, 굳이 조정실까지 오지 않아도 될 일이 많기에 ‘새해 소망’으로 꼽아 본다.
↑↑ <박강래 재경향우회 문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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