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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실화냐?” 꿀벌 집단 실종 사건 ‘무서운 전말’

독일 그린피스 활동가의 손에 담긴 벌 사체 [그린피스]
우인섭 기자 / 1551woo@hanmail.net입력 : 2023년 05월 21일

양봉꿀벌. 양봉꿀벌은 꿀을 채취하는 능력이 우수하고 관리가 용이해 양봉산업을 대표하는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한국에서 사라지고 있는 수십억 마리 넘게 실종되고 있다.

“‘이 사진’ 실화냐?”
꿀벌 집단 실종 사건 ‘무서운 전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꿀벌의 이야기다.


2021년 겨울에는 78억 마리. 지난해 9~11월에는 100억 마리, 올 초에는 140억 마리가 실종됐다.

지난 20일 ‘세계 벌의 날’을 맞아 그린피스와 안동대 산업협력단이 발간한 ‘벌의 위기와 보호 정책 제안’ 보고서에서 추산한 수치다.



독일 그린피스 활동가의 손에 담긴 벌 사체

사실 꿀벌 집단 실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같은 꿀벌군집 붕괴현상(CCD)이 처음 보고된 건 2006년 미국 플로리다.

우리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2021~2022년 겨울 전남 해남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꿀벌 실종은 식량 안보와 직결된다. 100대 농작물의 70% 이상은 꿀벌이 꽃가루를 옮겨줘야 한다. 전세계적으로는 최대 5770억달러, 국내에서만 6조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

도대체 꿀벌은 왜 사라지는 걸까. ▷전자기파 ▷제초제나 살충제 노출 ▷인공 사육으로 유전적 다양성 감소 ▷기후 및 환경 변화로 인한 영양실조 ▷꿀벌 응애 등 병해충 ▷임대 및 이동 등이 잠재적 원인으로 꼽힌다.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를 꿀벌 집단 실종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다. 기온이 오르면서 밀원(蜜源)이 될 식물들이 피고 지는 시기와 장소가 달라져 꿀벌들은 혼란에 빠지는 거다

꿀과 꽃가루에서 탄수화물과 단백질 등을 공급 받아 면역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꿀벌들은 각종 질병을 비롯한 외부 요인에 더욱 취약해진다.



지난 3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서 많은 시민들이 만개한 벚꽃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2021년에는 서울에서 3월 24일 벚꽃이 개화하면서 100년 만에 가장 이르게 벚꽃이 폈다. 

먼저 꿀벌과 밀원 식물 사이에 시간적 불일치가 생긴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본격적으로 먹이 활동을 시작하려 보니 꽃이 이미 져버리는 식이다.

1950~2010년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봄꽃 개화일은 3~9일이나 빨라졌다. 21세기 후반에는 23~27일이나 빨라질 거란 전망도 있다.

꿀벌이 꽃이 일찍 지는 걸 알아채고 겨울잠에서 깨어날 리 없으니, 살아남는 데 필요한 꽃가루와 꿀을 채집할 시간이 줄어든다.

날이 따뜻해지다 보니 겨울잠에 아예 들지 못하는 일도 벌어진다. 꿀벌은 주로 9월 말에 마지막으로 꿀을 채집한 뒤 일년 동안 든든하게 채워둔 벌통 안에서 겨울잠을 자야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봄이 온 줄로 착각한 여왕벌이 겨울에 알을 낳고, 일벌이 야외 활동에 나온 흔적들이 발견됐다. 지난 수십 년간 20% 안팎이었던 꿀벌의 월동 폐사율은 올 초에는 60%를 넘어섰다.



강원 태백시농업기술센터는 2020년 9월 25일 고랭지 배추 대체 작목으로 육성하는 사과가 출하됐다고 밝혔다.


밀원 식물들이 자라는 공간도 달라지고 있는데 꿀벌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꿀벌이 꽃가루를 옮겨주는 대표적인 식물인 사과. 사과의 재배지는 대구, 충남 예산, 경북 안동 등지에서 강원도 고랭지로 북상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전북 지역까지 감귤나무가 북상하면서 그 자리는 열대 과일들이 채우는 식이다.

꿀벌이 아무 꽃이나 나무의 꿀을 채집하는 건 아니다. 식물들이 새로운 종으로 바뀔 경우 화분 매개를 성공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꿀벌들에게도 선호하는 식물 종이 있을 뿐 아니라, 꿀벌의 혀 길이와 꽃의 화관 길이 등 구조가 맞아야 꽃가루를 잘 옮길 수 있어서다.



지난 18일 강원 강릉시 사천면 순포습지에 있는 활짝 핀 아까시꽃에서 꿀벌이 꿀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밀원은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유채, 밤나무, 피나무, 때죽나무, 아까시나무 등이다. [연합]

지난 18일 강원 강릉시 사천면 순포습지에 있는 활짝 핀 아까시꽃에서 꿀벌이 꿀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밀원은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유채, 밤나무, 피나무, 때죽나무, 아까시나무 등이다. [연합]

꿀벌 집단 실종을 막기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밀원이 될 식물을 늘리는 거다. 산림청은 매년 3800㏊씩 밀원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노력은 부족하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지난 50년간 사라진 밀원의 면적이 30만㏊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는 여의도의 1100배 면적에 해당한다. 지금의 속도대로라면 40년 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100년이 걸린다.

또 보고서는 전국 곳곳에서 기후와 지역적 특성에 맞춘 다양한 종류의 밀원을 조성해 꿀벌에게 보급할 것을 권한다.

특히 전 인구의 90%가 도시에 몰려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하면 도심 내 공원이나 주거 단지, 도로나 강가의 부지에 밀원 식물을 포함하라고 제언한다.

이외에 꿀벌과 밀원 식물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산림청 등 부처가 협업할 수 있도록 국무총리 산하로 ‘꿀벌 살리기 위원회’와 같은 별도 기구를 설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addressh@heraldcorp.com
우인섭 기자 / 1551woo@hanmail.net입력 : 2023년 0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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