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4-04-24 오후 03:21:34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오피니언

[사람과 사람] 시지프스와 우 순경의 일기

경기신문 | webmaster@kgnews.co.kr
인터넷함양신문 / 1551woo@hanmail.net입력 : 2017년 12월 07일
[사람과 사람] 시지프스와 우 순경의 일기
경기신문 | webmaster@kgnews.co.kr

▲ 詩人 시나리오 작가 박병두


그리스 신화에는 시지프스와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가 나온다.

시지프스는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신들의 편에서 보면, 엿듣기를 좋아하고 특히나 신들을 우습게 여긴다는 점에서 심히 마뜩찮은 존재였다.

어느 날 시지프스는 제우스가 독수리로 둔갑해 요정 아이기나를 납치해 가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잠시 궁리한 끝에 시지프스는 아이기나의 아버지인 강신(降神) 아소포스를 찾아가 그 사실을 일러바쳤다. 자신의 비리를 일러바친 자가 다름 아닌 시지프스라는 것을 알게 된 제우스는 하데스를 통해 그에게 형벌을 내렸다.

하데스는 높은 바위산을 가리키며 그 기슭에 있는 큰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게 하는 형벌을 내렸다. 시지프스는 온 힘을 다해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렸다. 그러나 바위는 곧 굴러 떨어져 버렸다. 시지프스는 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하늘이 없는 공간, 측량할 길 없는 시간’과 싸우면서 영원히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다시 굴러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산 위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일을 영원히 하게 된 것이다.

실존주의 소설가 카뮈는 실패할 것을 알고 있지만 끊임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를 통해 인간은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흔히 여러 번의 실패를 맛보면 곧 포기하고 마는데, 지칠 줄 모르는 자기와의 싸움으로 꿈을 이룬 사람이 있다. 바로 의왕경찰서 우 순경이 그렇다.

의왕서 우 순경을 알게 된 것은 강경량 경기경찰청장의 소회를 통해서다. 우 순경은 대학을 졸업하고 경찰관이 되기 위해 8년에 걸쳐 10회나 시험에 응시했고, 7번의 필기시험 합격 끝에 경찰관이 되었다.

첫 시험을 치렀던 2004년에 우 순경의 나이는 26세였다. 필기시험을 합격할 때마다 가족과 지인들의 축하를 받았다. 그때마다 부모님이 친인척들을 초대해 합격 잔치까지 베풀어주셨다.

우 순경은 필기 합격에 대한 안도감에 체력, 적성, 면접에는 크게 염려해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어떻게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으로 번번이 최종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허무감과 좌절감, 지인들과 자신을 지켜보는 부모님의 얼굴들, 무엇보다 자신을 힘들게 했던 것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그의 뇌리에 맴돌았다.

6년째 경찰관 시험을 준비하면서 9회째 불합격 소식을 듣고 그의 부친은 “지금까지 충분히 노력하고 고생했다. 이제 그만하고,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우 순경은 부친에게 들은 ‘포기’라는 말이 무서웠다. 우 순경은 부친에게 “좀 늦게 될 뿐이지, 꼭 경찰관이 될 것입니다. 나중에 정말 나이 제한에 걸려 시험에 어쩔 수 없이 응시 못하는 순간까지 할 것이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 후 우 순경은 8년 만에 순경공채 시험에 최종합격했다. 필기, 체력, 적성, 면접을 치를 때마다 매순간 최선을 넘어 절실함을 가지고 시험에 임했던 것이다. 면접관은 ‘본인은 최종에서 왜 불합격한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었고, 그는 “마냥 어떻게 되겠지 생각했고 절실함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솔직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많은 실패를 통해 더 큰 것을 얻게 되었다. 만약 제가 26세의 나이에 경찰관이 되었다면 소중함과 절실함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고 고백했다.

우 순경은 힘든 과정을 겪고 입은 제복인 만큼 국민의 경찰이 되고 싶어 했고, 매사 감사해할 줄 아는 경찰관이 되었다. 그런 우 순경이 경찰관이 된 지 1년이 지나자 아름다운 멘토가 생겼다.

우 순경은 평소에 존경하는 선배경찰관인 자신의 멘토에게 물었다. “선배님은 왜 이렇게 열심히 근무하세요?” 그러자 선배는 “나는 월급 받을 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일을 하는데”라고 답변했다.

우 순경은 선배경찰관이 해준 말을 곰곰이 곱씹으며, 국민의 경찰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지니고 경찰 제복을 입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는 당당한 경찰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시지프스처럼 실패를 거듭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경찰관 우 순경에게 박수를 보낸다.

<경기신문 | webmaster@kgnews.co.kr 2013년 01월 24일 21면 오피니언>

인터넷함양신문 / 1551woo@hanmail.net입력 : 2017년 12월 07일
- Copyrights ⓒ인터넷함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가장 많이 본 뉴스
포토&인물
함양군 공고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제5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조의 규정에 .. 
【공고·고시】 소규모 위험시설 지정 및 ..  
어제 방문자 수 : 99,697
오늘 방문자 수 : 77,343
합계 방문자 수 : 308,408,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