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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탐욕의 구치소’에 갇힌 보수, 존재가치 찾아라

[출처: 중앙일보] 보수의 길을 묻다 ① 김경수 변호사·前 부산고검장
인터넷함양신문 / 1551woo@hanmail.net입력 : 2018년 06월 30일
[시론] ‘탐욕의 구치소’에 갇힌 보수, 존재가치 찾아라

[출처: 중앙일보] 보수의 길을 묻다 ① 김경수 변호사·前 부산고검장


전직 대통령 등 고관대작들 갇혀··· 권력 향한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
반성과 깊은 성찰의 시간 필요해··· 희생·헌신 가치부터 다시 세워야




                김경수 변호사 · 前 부산·대구고검장

보수 정권 몰락의 생생한 모습은 서울구치소에서 가장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 검찰의 전 정권을 상대로 한 이른바 ‘적폐(積弊) 수사’가 시작되면서, 구치소 변호인 접견실에 수의를 입은 전 정권 거물급 인사들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구치소 독거실의 많은 방을 전직 대통령과 전 정권의 장·차관 및 국정원장, 수석비서관들이 차지하고 있다. 구치소의 풍경이나 6·13 지방선거 민심은 보수 정권 몰락이라는 눈에 보이는 결과일 뿐이다. 그 현상은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새 정권의 출범에서 뚜렷해졌고, 그 징조는 보수 정권 구성원들의 생각과 마음에서 이미 시작됐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 모름지기 가치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희생과 헌신, 피와 땀과 눈물(간절함)이라는 대가가 필요하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생각이 옅어지는 순간 보수 정권의 몰락은 이미 시작됐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자유의 많은 부분은 보수 산업화 세력의 희생과 헌신의 결실이다. 그런데도 보수 정치세력이 갑작스럽게 몰락한 것은 이들이 언제부턴가 국민과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은 차치하고, 기본적인 염치와 배려의 마음마저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해진 이 나라의 보수세력은 어느 틈엔가 희생과 헌신의 가치를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입으로는 희생과 헌신을 말하고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선을 행하지만, 착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은 손톱만큼도 남겨두지 않았다. 주권자인 국민을 선거 때 표나 주고, 세금이나 내는 대상으로 여길 뿐 염치없게도 권력을 향한 밥그릇 싸움에 몰두했다. 
  

현상의 이면에 흐르는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허세와 이런저런 궤변으로 눈앞의 욕심을 채우기에 바빴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유불리만을 따지는 게 버릇이 됐다.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힘든 국민의 작은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화려한 곳에서 잘난 사람들끼리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편안함에 물들어 갔다. 이들이 뿌린 위선과 욕심, 안일함의 씨앗은 작은 것이었으나 그 열매는 참담한 것이었다. 서울구치소 변호인 접견실의 풍경이 바로 그것이다.

백년전쟁(1337~1453)에서 패한 프랑스 칼레의 시민들을 살려주는 대가로 목이 매달려야 할 6명을 영국이 요구했을 때, 프랑스 측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의 자녀를 돈으로 사서 보내거나 약자를 억지로 묶어 보내지 않았다. 잘나고 돈 많은 칼레 시민대표 6명이 나서 스스로 목에 밧줄을 걸고 맨발로 죽음을 향해 나아갔다. 로댕의 예술가 정신이 ‘칼레의 시민들’을 더욱 위대하게 만들었다.

요즘 검찰의 상황이 복잡하다. 검찰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과정은 어쩌면 보수 정권의 몰락과 궤를 같이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검찰이 지탄받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현상의 이면을 헤집어 보면 원인은 간단하다. 검사들이 교만했고, 고독하고 좁은 길이 아니라 편안하고 넓은 길을 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거나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기개까지는 아니더라도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새벽을 기다리는 파수꾼의 역할을 충실히 했더라면 이런 시련은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지금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이 나라의 보수 세력에게 희망을 말하기는 이르다. 먼저 과거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자신들의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혹여 ‘현 정권이 경제에 실패하면 살길이 생긴다’는 식의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뻔뻔할 뿐만 아니라 참으로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승리에 도취하지 않고 더욱 겸손하게 일하겠다고 한 말을 진작에 보수세력이 마음에 새기고 실천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생명을 존중하고, 약자를 보호하며, 서로 용서하라는 것이 선현들의 가르침이다. 분노를 일으키고, 편을 가르며, 사람을 가두기를 쉽게 하는 것은 올바른 길이 아니다. 교만을 경계하고 희생과 헌신의 가치를 지켜야 하는 것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진보 세력에게도 마찬가지다. 힘을 가졌을 때 절제할 줄 알고, 패자를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리는 모든 것은 변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 좋은 것이 계속 좋은 것도 아니고, 지금 어렵다고 늘 어려움이 계속되는 것도 아니다. 이 나라 보수 세력이 스스로 위치를 찾고 역할을 다하는 길은 의외로 단순한 데 있다. 그것은 국민과 국가를 향한 희생과 헌신의 가치를 근본부터 다시 세우는 것이다. 
   
 
◆알림=보수의 재탄생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 시론 ‘보수의 길을 묻다’를 오늘부터 시리즈로 싣습니다.  [출처: 중앙일보] [시론] ‘탐욕의 구치소’에 갇힌 보수, 존재가치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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