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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도층 부패와 軍 기강 해이가 만든 비극


우인섭 기자 / 1551woo@hanmail.net입력 : 2021년 08월 28일



               김경수 변호사
            前 부산·대구고검장
지도층 부패와 軍 기강 해이가 만든 비극 

 
베트남 패망 흔적이 아른거리는 아프가니스탄
평화와 협상 외치면서 위험 신호에 눈감아
싸울 의지 없으면 값비싼 무기도 고철에 불과
우리 국군, 국민 위한 희생과 헌신 각오 다져야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났다. 탈레반이 20년 만에 카불로 돌아왔다. ‘좋은 훈련을 받고 훌륭한 장비로 무장했으나, 싸울 의지가 없었던 정부군’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미군 철수와 탈레반 진격 소식에 싸워보지도 않고 무기를 내려놓았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재빨리 국외로 도망쳤다.

거액의 돈을 챙겼다고 한다. 너무나 빠르고 허망한 아프간 정부와 정부군의 붕괴에 세계가 놀랐다.

미국이 쏟은 돈이 2600조 원에 달하고, 정부군의 훈련과 장비에 100조 원을 썼다니 더욱 그렇다. 2400명의 전사자를 남기고 떠나는 미국도 당혹스러워했다.

가난이 탈레반 같은 종교적 극단주의를 뿌리내리게 했고, 종교적 극단주의로 인해 더욱 가난해진 것이 아프간 현대사의 모순이자 슬픔이다.

전쟁은 끝났으나 불행은 시작되었다. 특히, 여성과 아이들에게. 카불 공항의 모습이 그 징표다. 어린 자녀들과 망연자실 활주로에 주저앉은 여성들. 비행기에 매달렸다 공중에서 떨어진 사람들. 아비규환의 현장이고 생지옥이 따로 없다.

인권과 문명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탈레반에 대한 공포와 생존을 위한 탈출의 절박함이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카불 공항 모습은 낯설지 않다. 1975년 베트남이 패망하고 사이공을 탈출하는 헬기를 타려는 사람들로 미국대사관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륙하는 헬기에 사력을 다해 매달리던 사이공 시민들을 다시 보는 듯하다. 공산화된 베트남을 탈출하기 위해 가족과 바다로 향한 보트피플이 100만 명을 넘었다. 배가 전복해 죽거나 해적에게 살해된 사람이 10만 명에 달했다.

이젠 아프간에 남은 사람들, 특히 여성과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과 인간적인 삶을 위해 탈레반이 달라졌기를 소망해 본다. 한국 정부의 현지 재건 사업을 돕던 조력자와 가족들은 기적처럼 한국에 입국했다. 하지만 카불 공항 폭탄 테러가 벌어지면서 사상자들이 나왔다.

자살 폭탄 테러로 민간인을 겨냥하는 악몽이 이어지면 아프간에 희망은 점점 줄어든다. 인류애를 향한 국제사회의 분발이 간절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베트남과 아프간에는 46년의 시차를 넘어 공통점이 있다. 지도층은 부패해 민심이 떠났다. 군대 기강은 무너졌다. 평화와 협상을 외치면서, 위험 신호에는 눈을 감았다. 위기가 닥쳤을 때 누구도 희생과 헌신을 생각하지 않았다.

싸우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값비싼 무기도 고철에 불과하다. 서류상 30만 명인 아프간군 대부분은 유령병사였고, 이들이 받아야 할 봉급은 부패한 정치인과 지휘관들에게 돌아갔다.


우리 국군(國軍)은 건강한가? 국군은 외적으로부터 우리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최후의 보루다. 희생과 헌신의 각오, 고도의 전문성, 높은 명예심과 확고한 생사관, 엄정한 군기. 국민이 군에 바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요즘 국군의 주적(主敵)이 성추행으로 바뀐 것 같아 참담하다. 군의 명예를 회복해야 할 일차적 책임은 국군 지휘부에 있다. 군은 명예와 사기를 먹고 사는 조직이고, 위급할 때 국민의 이름으로 희생과 헌신을 요구할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청와대 인사수석실 5급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시내 카페로 불러낸 일이 있다. 둘이 앉아 육군 장성 인사를 협의한다는 명목이었다. 부른다고 나간 사람도 딱하지만, 5급 행정관의 참모총장 카페 호출은 크게 부적절했다.

군의 명예나 위상에 대한 기본적 예의와 인식을 결여한 처사였다. 별 넷 참모총장이 5급 행정관의 호출을 거부할 수 없었던가? 청와대였기 때문인가? 이 일로 많은 사람이 군의 명예와 위상을 염려했고, 동시에 청와대의 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우려했다.

이 정권 들어 북한은 가까이하면서 동맹은 멀리한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군사력이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키겠다며 훈련에도 큰 관심이 없다. 그런데도 말 한마디 못 하니 군의 처지가 더욱 난감하다.

물론 대한민국과 베트남, 아프간은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다. 그러나 불행은 멀리 있지 않다. 조건만 맞으면 순식간에 달려온다. 정권은 교체할 수 있으나 국군은 대체 불가능한 조직이다. 군은 자존감을 되찾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국민과 정권도 국군의 명예를 존중하고 군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기본이자 아프간 사태에서 얻는 작은 교훈이다.

김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우인섭 기자 / 1551woo@hanmail.net입력 : 2021년 0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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