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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수처, ‘요란한 활동’보다 ‘단정한 자세’로 승부해야


우인섭 기자 / 1551woo@hanmail.net입력 : 2021년 12월 16일

공수처, ‘요란한 활동’보다 ‘단정한 자세’로 승부해야
 
공수처의 무모한 법 집행에 논란 거세
정치적 중립 흔들리면 존재 가치 잃어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될 일’ 구별해야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前부산·대구고검장
체포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됐다. 피의자 조사 없이 이번엔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다. 같은 피의자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또 기각됐다.

같은 사람에 대해 보름 동안 연거푸 3회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모두 기각된 것이다. 법관은 범죄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고발 사주 의혹 사건’ 피의자 손준성 검사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실제 영장 청구 및 기각 사례이다. 첫 영장 사건에서 공수처는 무모한 모습을 보였고, 법원은 냉정하고 용기 있는 판단을 했다.

체포·구속, 수사나 재판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은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존중해야 한다. 공수처는 스스로 ‘인권 친화적 수사기구’임을 표방하고 있다.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체포·구속은 인권 침해의 정도가 심한 공권력 행사이므로 더욱 신중해야 한다. 체포영장이 기각됐는데도 구속영장을 거듭 청구한 것은 수사라기보다는 법을 빙자한 아집이나 폭력에 가깝다. 피의자가 검사라고 달라질 것은 없다.

결국, 연이은 영장 청구는 인권을 도외시한 수사 방식이라는 비판을 불러왔고, 연이은 영장 기각은 공수처 수사력의 초라한 모습만 드러냈다.

젊은 여성 정치지망생의 제보로 시작된 ‘고발 사주 의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한 것이었다. 제보자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관계가 주목받으면서 ‘제보 사주 의혹’을 낳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개발 의혹’과 함께 가장 민감한 정치적 사건이 됐다. 이 사건에 공수처는 차장을 주임검사로 하여 사실상 공수처 전 수사력을 투입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은 경제 사건에 불과하나, 고발 사주 의혹은 국기문란 사건’이라는 수사책임자의 표현은 사건을 대하는 공수처의 입장을 보여준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9월 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직권남용으로 입건하여 검찰에 넘겼을 때, 여권에서 ‘이러려고 공수처 만들었냐’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야당과 극한 대립을 하며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어렵게 만든 공수처가 검사나 야권이 아닌 여권 인사를 1호 사건으로 입건했기 때문이다.

여권의 인식은 자기모순이지만, 공수처 출범의 과정을 볼 때 그들의 서운함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공수처는 검찰권 견제를 위한 진보좌파 20년의 숙원이었고, 일단 출범만 시켜 놓으면 공수처가 알아서 어떤 역할을 해 주리라 기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수처의 역할과 1호 사건의 상징성을 생각할 때 공수처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공수처, 고발사주 수사와 무관한 기자 통신자료까지 조회

출범 1년이 된 공수처의 처지가 난감하다. 야권의 야멸찬 공격은 차치하더라도, 든든한 후원자였던 여권의 인식마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상징성 있는 1호 사건은 피아(彼我) 구별이 안 되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한 방을 기대했던 고발 사주 사건에서는 3회 연속 영장 기각이라는 창피만 당한 채 빈손 털고 나왔다. 여권이 들인 공을 생각하면, 써먹기가 어려워진 공수처에 대한 실망감이나 무용론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공수처는 한 해 200억 원의 세금을 쓰며 운용되고 있으니 마땅히 그 존재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공수처는 출범 때부터 정치적 논쟁이 극심했고 수사 대상이 한정적이며 대체가 쉬운 수사기관이다. 역사가 짧고 규모가 작으며 무엇보다 전체 사법체계와의 정합성(整合性)이 낮다. 이게 공수처가 가진 구조적 약점이다.

수사력은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지만, 출범 1년 된 공수처에 수사력 부족을 결정적 약점으로 탓할 수는 없다. 검찰 수사력이 부족해 요란을 떨며 공수처를 만든 것도 아니었다. 훨씬 중요하고 결정적인 것은 공정성의 문제 즉,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이다.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정치적 중립이 흔들리면 공수처는 존재의 가치를 잃게 되고, 곧바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공수처는 ‘요란한 활동’이 아니라 ‘단정한 자세’로 승부를 봐야 한다. 그 존재감과 최소한의 활동으로 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공수처가 가진 최고위 공직자에 대한 막강한 수사권을 뒤집어 보면, 실제로 할 일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공명심이나 부추김으로 경솔히 수사에 나서는 것을 경계하고, ‘표적 수사’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수사 대상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관용차 황제 조사’나 ‘기자 통신자료 수집’ 같은 헛발질이 신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오류를 인정 않는 교만, 나만 옳다는 독선, 제 식구 감싸기 등으로 망가진 검찰의 과거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수처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별하는 데 검찰의 과거사는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김경수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우인섭 기자 / 1551woo@hanmail.net입력 : 2021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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