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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검찰개혁은 허구였다 [동아광장/김경수]

검찰개혁은 허구였다 [동아광장/김경수]
이정훈 기자 / free1831@naver.com입력 : 2022년 02월 10일

검찰개혁은 허구였다     [동아광장/김경수]
 
과잉 피해의식에서 출발한 검찰개혁
검찰 무력화, 권력 예속화 급진전돼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요원하다


         김경수 변호사
      前 부산·대구고검장
문재인 정권 마지막 검찰 인사가 대통령 임기 3개월을 남겨두고 단행됐다. 검찰과의 악연이 유별났고, 검찰개혁은 시대적 사명이라며 검찰개혁을 입에 달고 살았던 정권이었다.

이 정권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이 유례없이 무리하고 과격하게 행사된 것도 검찰개혁을 위한 것이었다. 마지막 검찰 인사 소식은 ‘그럼, 검찰개혁은 잘 끝난 거야?’라는 질문과 함께 지난 5년을 되돌아보게 한다.

검찰개혁은 문 대통령의 핵심 선거공약이었다. 취임 후에는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극심한 국론 분열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도 검찰개혁 때문이라고 했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무리수가 동원된 끝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했다.

형사 정책적 고려 없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의 합의를 내세워 검경 수사권 조정도 마쳤다. 검찰의 기능과 권한은 대폭 축소됐고, 엉성하나마 검찰개혁의 겉모습은 갖춰졌다.

개혁에서 겉모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내부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검사들이 생각을 바꾸어 검찰개혁에 동참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나. 하지만, 이에 동의하고 승복하는 검사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많은 검사들이 검찰의 오만과 독선, 권력과 유착했던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면서도 이 정권의 검찰개혁에는 동의도 승복도 할 수 없었다.

이들이 내세우는 개혁의 본질이 검찰을 무력화하고 권력에 예속시키려는 것이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나 수사의 독립 같은 검찰의 핵심 가치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말 안 듣는 검사들을 압박하고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대통령의 인사권,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수시로 발동되었다.

추미애, 박범계로 이어지는 정치인 장관들은 안면몰수하고 검사들을 편 가르고 줄 세웠다. 말이 좋아 ‘개혁에 대한 수용 자세’였지, 실상은 누구 편이냐가 인사의 기준이 되었다.

검찰이 준사법기관으로서 어렵게 지켜온 인사의 원칙들은 무너졌다. 친정권 검사들은 출세하고, 정권에 칼을 겨누었거나 말 안 듣는 검사들은 좌천되거나 옷을 벗었다.

조 국 전 장관을 수사했던 검사는 1년에 3번 좌천당하는 기록을 세웠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보복의 도구로 전락했다. 작심하고 편 가르기 인사를 하는데 공정 인품 능력 실적 등의 기준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문 대통령의 과잉 피해의식에서 검찰개혁은 출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검찰이라는 것이다.

악마 같은 검찰에 대한 복수 감정과 피해의식은 처음부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을 어렵게 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기에 무엇이든 혁명적으로 해치워도 된다는 오만과 독선도 더해졌다.

사적(私的) 동기의 공적(公的) 전환이 긍정적인 경우도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문 대통령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진정한 검찰개혁은 필요했고 또 국민이 원하는 바였다. 하지만, 이 정권의 검찰개혁은 허구였다. 정권 초기, 적폐 수사란 미명하에 검찰의 칼을 이용하여 전 정권 인사들을 줄줄이 감옥으로 보내던 때를 떠올려 보라. 그때도 검찰개혁의 구호는 있었지만, 공수처 출범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이렇게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 편’이라 생각한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파격 임명하고, 적폐 수사를 적극 독려하며 검찰에 힘을 실어주었다. 조국 장관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수사의 칼끝이 자신들을 향하자 검찰에 대한 태도는 돌변했고, 이때부터 검찰 무력화와 권력 예속화는 급진전되었다.

문 정부 5년은 검찰에 시련과 시험의 시기였다. 어엿한 국가기관이 권력에 의해 이렇게도 쉽게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검사들에게는 초라해진 스스로의 모습을 직시할 수 있는 교훈의 시간이기도 했다. 과거에도 권력이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검찰을 길들이거나 압박했다.

거꾸로 소수 정치 검사들이 권력 주변을 맴돌며 단물을 빨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권처럼 노골적으로 검찰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검찰 무력화와 예속화를 시도한 적은 없었다.

진정한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가능케 하는 것이어야 한다. 마지막 검찰 인사에서 들려온 박하영 차장검사의 사직 소식은 이 정권의 검찰개혁이 허구였음을 보여준 또 하나의 징표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관련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박 검사는 부당한 수사 무마 시도에 항의해 사직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는 아직도 요원하다.

김경수 [동아광장]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재경 함양군 서상면 출신)

이정훈 기자 / free1831@naver.com입력 : 2022년 0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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