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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K방역 자찬할 때 사라진 軍의 명예


우인섭 기자 / 1551woo@hanmail.net입력 : 2021년 07월 29일

K방역 자찬할 때 사라진 軍의 명예

2021년 7월 19일 문무대왕함에서 해군사(海軍史)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승조원 301명 전원이 작전 중 배를 버리고 하선한 것이다. 전투에서 배가 침몰한 것도 아니고, 임무교대를 위한 것도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집단 감염으로 임무를 포기하고 전투원 전원이 귀국한 것이다. 세계 해군사의 불명예로 기록될 안타까운 일이다.

김경수 변호사 (前 부산·대구고검장)
값비싼 군함은 멀쩡하고 최신 미사일과 헬기 등 무기나 보급체계에도 이상이 없다. 어처구니없게도 방역 실패로 함장과 부함장을 포함한 270여 명이 집단 감염되어 더 이상 지휘나 작전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작전구역은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이다. 유럽∼중동∼아시아를 잇는 국제 해상 교역로의 요충지다. 내전으로 경제가 붕괴되자 소말리아인들은 해적질로 내몰렸다. 지역 군벌과 결탁해 정규군에 버금가는 무장도 갖추었다.

선박과 선원을 납치한 후 거액의 몸값을 받아내는 이곳 해적 산업은 국제적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석유 등 원자재의 수입과 수출에 목을 매야 하는 우리에게 이곳 해역의 전략적 중요성은 두말이 필요 없다. 이역만리에 군대와 군함을 파병한 이유다.

감염병은 천재지변의 일종이나 방역은 다른 문제다. 밀접·밀집·밀폐라는 배의 특성상 문무대왕함의 집단 감염 위험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출항 이후라고 해서 백신 공급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인재(人災)다.

‘한국은 세계적인 방역 모범국가로서 K방역은 국제적 표준이 됐다’며 대통령이 자화자찬 말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 문무대왕함 집단 감염은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다. 지위가 높으면 책임도 크다. 군 최고사령관은 대통령이고, 파병 명령을 내린 사람은 파병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해군총장은 부하 장병들을 감염병 위험 아래 파병해 놓고, 어디를 쳐다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옥상옥 비판을 받으면서도 구태여 자리를 만들어 앉힌 청와대 방역기획관은 무얼 했는가. 얼마 전, 법무부 장관이 법무행정의 ‘본업’을 팽개치고 검찰총장 몰아내기에 ‘다걸기(올인)’했을 때, 서울동부구치소에서 1200여 명이 코로나에 집단 감염된 일이 있었다.

두 사건은 닮은꼴이다. 방역이 최우선 국정과제였던 상황에서 그것도 국가시설 안에서,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이 연거푸 일어났다. 책임자들의 전문성과 책임의식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본분에 충실하지 않았다.

장병들을 귀국시켜 치료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작전명을 오아시스라 붙이고, 공중급유수송기 2대를 보낸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방역 실패에 따른 하선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장병들을 귀국시키는 마당에 요란을 떨 일은 아니었다.

정부는 ‘군사 외교력이 빛을 발휘한 사례’ ‘최초의 해외 긴급 의무후송 합동작전’이라며 홍보에 나섰다. 국민소통수석은 ‘누구도 생각 못 한 수송기 아이디어를 낸 게 대통령’이라며 용비어천가도 불렀다. 후안무치하다. 무엇이든 계기만 되면 자화자찬과 홍보 수단으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부끄럽다.

문무대왕함 사태 저변에 깔린 것은 군의 존재와 인식에 관한 문제이다. 군은 외적(外敵)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최후의 보루이다. 명령에 따라 생명의 위험도 무릅써야 한다. 군인에게 전문성 못지않게 높은 명예심과 사기, 희생과 헌신의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민주화 이전, 군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며 정치의 전면에 나섰던 때가 있었다. 군 출신 대통령이 연달아 배출되었고 도처에 득세한 군인들이 우글거렸다. 하지만 군의 힘이 강해질수록 민심은 군을 외면했다.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외 파병된 장병들을 5개월 이상 방역 사각지대에 방치했다. 백신이 보급된 뒤에도 ‘3밀’의 위험 속에서 임무 수행 중인 장병들을 기억하지 못했고, 이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없다. 그런데도 군의 불행과 불명예가 대통령과 정부의 홍보 재료로 이용되어도 괜찮은가.

군은 국방부 산하 일개 행정조직에 불과한 것인가. 이런 군이 목숨을 걸고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가. 사기를 먹고 명예로 사는 자랑스러운 국군은 어디에 있는가. 큰 키에 화려한 복장을 하고, 폼을 잡는 멋진 의장병도 필요하다. 그러나 나라를 지키는 것은 땀에 젖은 전투복의 진짜 군인이다.

김경수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우인섭 기자 / 1551woo@hanmail.net입력 : 2021년 0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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