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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야권 유력 대선후보 키운 건 헌법정신 무시한 정권의 독선

야권 유력 후보 3인 모두 文정권 요직 출신
법치주의 위기의식이 정권과 결별 초래
스스로 대선 후보 발굴 못한 야권도 겸손해야

노성섭 기자 / 입력 : 2021년 07월 01일

               김경수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前부산·대구고검장) 
야권 유력 대선후보 키운 건 헌법정신 무시한 정권의 독선


야권 유력 후보 3인 모두 文정권 요직 출신
법치주의 위기의식이 정권과 결별 초래
스스로 대선 후보 발굴 못한 야권도 겸손해야


대통령 선거가 돌아왔다. 내년 3월 20대 대선을 8개월 앞두고 대한민국의 7월은 시작부터 뜨겁다. 윤석열 직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최재형 감사원장도 사표를 던짐으로써 사실상 출마를 선언했다.

여야 대선 후보가 거론되는가 싶더니 ‘윤석열 X파일’이 나돌고 있다. 정치판의 후진성을 한 장의 사진으로 적나라하게 보는 것 같다. 으레 대선판의 열기는 X파일로 시작되는 것인가.

2002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김대업의 병풍(兵風)’을 떠올리게 한다. 녹음 파일 한 개로 시작된 병풍은 ‘성공한’ 정치공작이었다.

내용은 허황된 것이었으나 권력의 뒷배에 현란한 공작 기술이 성공 비결이었다. 정치공작의 짜릿함과 탁월한 효과는 마약같이 끊기 어려운 유혹인가 보다.

기업과 경제는 세계 일류로 도약하는데 정치판은 아직도 이 모양인가. 안타깝고 부끄럽고 허탈한 현실이다.

재미있는 것은 야권 유력 후보들의 면면이다. 김동연 윤석열 최재형(가나다순). 이들은 현 정권에서 경제부총리 검찰총장 감사원장을 각각 지냈다. 세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평생 공직생활을 한 직업공무원 출신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선택하여 정부 요직에 임명한 현 정권 사람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입장을 달리하여 정권과 대립하는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정치인이 아니라 직업공무원인 공직자가, 그것도 현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사람이 왜 정권에 등을 돌리게 되었을까.

이들은 배신자인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이들의 생각과 처한 형편은 잘 모른다. 하지만 이들을 현 정권과 결별하게 하고 정치인으로 변신시켜 유력한 대선 후보의 반열에까지 이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현 정권이다.

근본은 여권의 잘못된 헌법관(憲法觀)에 있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문 정권 출범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탄핵과 선거 과정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지 촛불 혁명으로 옹립된 지도자가 아니다. 그는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대통령 취임선서도 했다.

당연히 대통령 권한의 원천은 헌법과 법률에 있지 촛불 시민이나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올바른 자유민주주의 헌법관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여권은 스스로를 촛불 혁명으로 창출된 권력이라고 부르며 헌법과 법률 정신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촛불 혁명을 정치선전의 용어로 쓸 수는 있으나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헌법과 법률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원리다.

뿌리나 논리를 찾기 어려운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동떨어진 부동산정책을 추진했다. 6·25전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북한 세습 독재자를 짝사랑하며 굴종적이고 환상적인 대북정책을 고집했다.

국익보다 이념과 감성을 앞세운 무책임한 외교정책도 변함이 없다. 전 정권의 씨를 말리듯이 무리하고 가혹했던 적폐 수사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조국 일가(一家)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내 편이 아닌’ 검찰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본격화됐다.

추미애 박범계 두 법무부 장관을 앞세운 편 가르기 인사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사건 감사에는 특히 격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집 지키라고 했더니 안방을 차지했다” “감사원이 정치를 한다”며 정당한 직무를 집행하는 감사원장을 모욕하고 공격했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이나 직무 독립성은 안중에도 없었다.

김동연 윤석열 최재형 이들을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르게 한 것은 현 정권의 위선과 독선, 오만과 무능에 있다.

그 뿌리에는 문 대통령과 여권의 잘못된 헌법관이 자리 잡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위기의식이 이들을 공직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시켰다.

현 정권이 조금 더 정직하고 겸손하며 공직의 공공성을 존중했더라면 이들은 정권에 등을 돌리지도, 정치판에 뛰어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최재형과 윤석열의 중도 사퇴와 정치 참여가 감사원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여권의 목소리가 높다. 적반하장이다.

헌법정신을 무시하며 정치적 편 가르기로 먼저 감사원과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이가 문 대통령과 여권이다. 그런 여권이 정치적 중립을 거론하며 두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파렴치하다. 정치판은 기성 정치인들만의 무대도 아니다.

야권은 유력 대선 후보를 스스로 발굴하지 못했다. 야권 역시 더욱 겸손한 자세로 대선 국면을 맞이해야 하는 이유이다.

김경수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동아일보 2021/7.1 발췌)

노성섭 기자 / 입력 : 2021년 07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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